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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화폐박물관 근무 `돈박사`장인석 학예연구사
한국조폐공사가 평창올림픽을 기념으로 제작했던 2000원권 이미지 [사진 = 연합뉴스]
아무리 코인의 시대라지만 세상에 '이것'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바로 '돈'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돈에 웃고 또 돈에 운다.
서울 남대문에 위치한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에 가면 세계 화폐들이 한가득 전시돼 있다. 개관 이래 총 300만명이 방문한 화폐박물관이 올해 6월로 20주년을 맞았다.
한국 화폐 안팎에 얽힌 스토리로 10년간 시민들을 만난 장인석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학예연구사(42)를 박물관 로비에서 만났다.
"아직도 다 못 알린 화폐의 비밀이 남아 있습니다."
화폐박물관은 한국은행 창립 50주년이던 2001년 개관했다. 화폐를 소재로 삼은 민간박물관도 있지만 여긴 한 나라의 발권은행이 직접 세웠다는 점에서 깊은 상징성을 자랑한다.
1909년 건립된 옛 한국은행은 르네상스 양식을 간직한 백색 대리석 건물로 근대의 느낌을 전한다. 우리나라 첫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곳도 바로 이곳이었다.
"돈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잖아요. 그런데 돈의 어원이 왜 '돈'인 줄 아세요? 사람들의 손을 거치며 천하를 돈다는 뜻에서 '돈'이 됐다는 설도 있고, 고대 칼 모양 화폐인 도화(刀貨)가 세월이 흐르며 돈으로 변했다는 설도 있어요. 어느 나라든 '돈'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 덩어리랍니다."
전시실에서 눈에 띈 화폐는 1331년께 유통된 '소은병'이다. 호리병 모양의 은(銀)화폐인데, 고려시대 국제교역에 사용된 실물이란다. 발행인이 은 함량을 줄이는 속임수를 쓰면서 사용이 중지됐다. 그 소은병이 700여 년 세월이 무색하게 우리 눈앞에 있다.
"대한제국 시기 고종이 발행했던 '3종 금화'도 번쩍이는 원본으로 전시돼 있어요. 지금 금값으로 따져도 고액이죠. 5원, 10원, 20원짜리 금화인데 5원짜리가 한 돈을 조금 넘으니 20원짜리 동전이면 금 다섯 돈쯤 됩니다. 굳이 따지면 동전 하나가 100만원쯤 되는 거죠."
한국 대통령들이 직접 서명한 지폐도 인기 높은 전시물이다. 첫 발행 화폐를 '시쇄권'이라고 하는데, 시쇄권에 보통 대통령이 직접 서명하고 그걸 한국은행이 보관한다.
1000원, 5000원, 1만원권 화폐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7년 서명이, 5만원권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2009년 서명이 들어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 기념 2000원권 지폐에 서명했어요. 2000권 화폐를 진짜로 쓸 수 있냐고요? 그럼요, 써도 무관합니다. 하지만 쓰는 분이 없죠. 2000원권 한 장이 액면가 7배인 1만5000원에 보통 거래된다네요."
미술사를 전공한 장인석 학예사는 10년간 화폐박물관 대소사를 담당했다. 2014년 '위조화폐 이야기-범죄의 재구성', 2013년 '화폐 속의 패션박물관', 2009년 '화폐로 떠나는 건축여행', 2005년 '문화로 읽는 코드-돈' 등의 전시회도 화폐에서 이야기를 추출하려는 박물관팀 노력에서 나왔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현대미포조선을 세우려 그리스 선박왕에게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화폐를 내밀었다죠. '우리 조상은 이미 500년 전에 이런 선박을 만들었다'고 하셨다는데 당시 유통되던 화폐가 이곳에 있습니다. 화폐 '뒷면'에 숨겨진 이야기는 참 흥미로워요."
세계 160개국 화폐도 박물관에서 확인 가능하다. 한국 주재 각국 대사관이나 관료가 들르면 자국 화폐를 확인하는 일도 많단다. 현재 전시 중인 '유라시아 화폐여행'에서는 카자흐스탄이 2016년 발행한 단군 기념주화 등을 만날 수 있다.
"화폐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게 저희 화폐박물관팀이 해야 할 일이에요. 전시는 언제나 무료입니다. 꼭 한번 들러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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