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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이 21일 재일동포 고(故) 김광렬(1927∼2015) 씨가 수집한 조선인 강제동원 관련 기록물을 공개했다. 사진은 김 씨가 촬영한 군함도 병원. (행정안전부 제공)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유산위)가 12일 일본이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하시마섬(端島·군함도) 등과 관련해 일제 강점기 한국인의 강제노역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본이 군함도 등을 둘러싸고 역사왜곡을 하고 있다는 우리나라의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12일 외교부에 따르면 유네스코는 16일부터 화상으로 열리는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를 앞두고 이날 '일본 근대산업시설 결정문안'을 공개했다. 이는 세계 유산 지정 후 해당국이 유산위 결정을 잘 이행했는지 점검하고 결정문을 내기로 한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일본이 2018년 유산위 채택 결정을 이행하지 않고 강제노역 역사를 왜곡했다는 게 이번 결정문안 핵심 내용이다. 결정문안은 각 시설의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해석 전략을 일본에 요청했다. 강제노역 등 유산을 둘러싼 역사의 어두운 면도 전부 알리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당사국(일본)이 관련 결정을 아직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해 강하게 유감을 표명한다(strongly regrets)"고 명시했다.

특히 "다수의 한국인 등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가혹한 조건 하에서 강제 노역한 사실과 일본 정부의 징용 정책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015년 7월 주유네스코 일본 대사가 낭독한 일본 정부 성명과 일치하는 내용이다.

또 인포메이션 센터 설립과 같이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주문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국제기구 문안에 'strongly regrets'란 문구가 들어가는 건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일본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데 대한 강한 표현이다. 일본이 충실히 약속을 지켰다는 주장이 맞지 않다는 걸 국제사회가 명시적으로 확인했다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이 21일 재일동포 고(故) 김광렬(1927∼2015) 씨가 수집한 조선인 강제동원 관련 기록물을 공개했다. 사진은 김 씨가 촬영한 군함도 전경. (행정안전부 제공) 

 

 

이미 사전 조율이 됐단 점에서 유산위는 21~23일 토론 없이 이 결정문안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네스코와 유적보호 자문기관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공동조사단 3명이 지난달 일본 현지 방문 및 온라인 시찰을 벌인 결과도 나왔다. 공동조사단은 호주, 벨기에, 독일의 세계유산 전문가로 구성됐다.

공동조사단 보고서에는 △1940년대 한국인 등 강제노역 사실 이해 조치 불충분 △희생자 추모 조치 부재 △국제 모범 사례 참고 미흡 △대화 지속 필요성 강조 등의 내용이 담겼다. 조사단에 따르면 한국 등에서 온 노동자가 있다고 보여주는 전시가 있긴 하지만 강제노역 사실을 인정했다고 보긴 어려웠다. 인포메이션 센터의 경우 도쿄 센터와 군함도 간 거리가 멀고, 한국인 강제 노역자들이 희생자라는 사실도 간과했다.

지난해 6월 도쿄에서 문을 연 산업유산 인포메이션 센터와 관련해 외교부는 "강제노역 사실을 부정하는 내용의 증언 및 자료들만 전시돼 있고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조치는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2015년 7월 유산위는 일본 23개소 메이지시대 산업시설을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이중 7곳이 강제노역 시설로, 나가사키현 나가사키항으로부터 19㎞ 떨어진 해상에 위치한 군함도가 포함됐다.

가장 논란이 된 군함도의 경우 1910년대 수백명의 조선인이 본격적으로 강제 동원돼 수탈을 당했다.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지옥섬'이라고 불린 군함도에서 조선인 122명이 사망했다고 알려졌다.

다만 일본의 역사왜곡을 이유로 세계 문화유산 지정취소가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정 자체가 취소되는 경우는 유산의 본질적인 특성이 완전히 훼손됐을 때로 국한돼 있다"며 "유네스코에 문의한 바 이번 사례는 본질 훼손에 해당되지 않으며, 취소는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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