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진 갤럭틱 우주관광한 70대 브랜슨, 수년간 체력 기르고 탑승훈련도
11일(현지시간)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우주관광 비행선 'VSS 유니티'에 탑승해 창밖으로 지구를 바라보고 있다./사진=로이터
"우주에서 지구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게 마법 같았다."
70대 노인이 민간인 최초 우주 관광을 다녀온 뒤 남긴 소감이다. 우주에서 지구를 보고 무사히 귀환한 이 사람은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71) 버진그룹 회장이다. 브랜슨 회장은 11일(현지시간) 미국 뉴멕시코주에 있는 스포에스포트 우주센터에서 우주관광 비행선 'VSS 유니티'를 타고 이륙했다. VSS 유니티는 브랜슨 회장이 창업한 우주 탐사기업 버진 갤럭틱의 우주 비행선이다.
비행선에는 브랜슨 회장을 포함해 모두 6명이 탑승했다. 조종사 2명과 우주 비행 교관인 베스 모세, 시리샤 밴들라 버진 갤럭틱 정부 연구부문 부사장, 콜린 베넷 총괄 운영기술자 등이 함께했다.
이번 우주여행은 로켓의 수직 발사가 아닌 비행기에서 소형 우주 왕복선을 날리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브랜슨 회장이 탄 유니티는 이날 미국 동부시간 기준 오전 10시40분쯤 대형 모선인 'VMS 이브'에 실려 우주로 향했다. '이브'라는 명칭은 올해 초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한 브랜슨 회장의 어머니 이브 브랜슨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전해진다.
버진 갤럭틱의 민간 우주관광 비행선 '이브'와 '유니티'가 11일(현지시간) 고도 15km 부근에서 분리되는 모습. /자료=버진 갤럭틱 유튜브 중계 화면
약 14km 상공에 도착한 유니티는 모선 이브에서 떨어져 음속 3배인 마하3의 속도로 날아올랐다. 이후 최대 고도 88.5km에 도달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연방항공국(FAA)의 고도 80km를 우주경계선으로 보고 있다.
유니티 탑승객들은 우주경계선에서 약 4분간 지구의 모습을 조망하고 중력이 거의 없는 '미세 중력'(microgravity) 상태를 경험했다. 버진 갤럭틱은 이 모습을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생방송으로 중계했다.
브랜슨 회장은 유니티에서 지구를 바라보며 "이 아래에 있는 모든 아이들에게 전한다. 나도 한때 별을 바라보며 꿈을 꾸는 소년이었다. 어른이 된 나는 지금 우주선을 타고 있다. 저 아래 아름다운 지구를 봐라. 너희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상상해보라"고 말했다.
유니티는 우주에 약 15분간 머물렀으며, 이륙한 지 1시간30여분 뒤 무사히 지상에 착륙했다. 브랜슨 회장은 착륙 비행 도중 "일생 일대의 정말 신기한 경험을 했다. 이날을 손꼽아 기다려왔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지구에 복귀한 브랜슨 회장은 이번 비행을 '마법 같은 경험'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일을 이뤘다"며 "우리는 가장 독특한 경험을 했다. 다른 이들도 이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가 우주에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다"고 했다.
브랜슨 회장은 이번 비행 성공으로 억만장자들이 벌이고 있는 우주관광 경쟁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게 됐다. 민간 우주 관광업계의 경쟁자인 블루 오리진의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9일 뒤인 오는 20일 6인승 우주선 '뉴셰퍼드'를 타고 우주 비행에 나설 예정이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우주 탐사기업 스페이스X는 오는 9월 지구를 공전하는 궤도 비행에 도전할 계획이다.
민간인 우주관광, 부유층 전유물 될까
브랜슨은 민간 우주 관광의 새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민간인이 우주 관광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억'소리 나는 비용이 들어 상업화 단계에 진입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2004년 설립된 버진 갤럭틱은 내년부터 상업 우주 관광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목표로 우주 관광 티켓 600여장을 예약 판매했다. 가격은 사전 판매 당시 20만달러(약 2억2940만원)이었으나 이후 25만달러(약 2억8713만원)로 올랐다.
할리우드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가수 저스틴 비버 등이 예약자 명단에 올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자 머스크 역시 버진 갤럭틱의 우주 관광 티켓을 구매했다.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11일(현지시각) 최대 고도 88.5km의 민간 우주관광에 성공했다. /사진=버진 갤럭틱 트위터 영상 갈무리
블루 오리진은 우주 관광 탑승료가 20만달러(약 2억2932만원)에서 30만달러(3억4400만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 본부를 둔 민간 우주 인프라 기업 액시엄 스페이스가 3명의 민간인을 태우고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향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업체의 비행 비용은 인당 5500만달러(약 631억원)로 전해진다.
머스크의 스페이스X 역시 민간인을 ISS로 데려갈 계획인데, NASA는 왕복 비용이 5800만달러(약 665억원)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숙박비는 1박당 3만5000달러(약 4013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체력'은 필수…간단한 훈련 받으면 갈 수 있다
돈 이외에도 우주 관광에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체력'이다. 버진 갤럭틱과 블루오리진이 추진하는 준궤도 우주 관광은 우주경계선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해 궤도 비행과 달리 수개월씩 걸리는 전문적인 훈련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안전장치를 다루거나 하강 때의 압력을 견디기 위해서는 체력이 버텨줘야 한다.
브랜슨 회장은 우주 관광을 하겠다는 목표를 성정한 뒤 수년간 테니스 교습을 받아 체력을 길렀다. 비행 중 극심한 중력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원심분리기 훈련도 했다. 비행 전 3일간은 탑승 훈련을 받는데 탑승복 착용법, 통신 장비 사용법 등을 익히는 것이 주요 교육 내용이다.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에 탑승하려면 1분30초 안에 7개 층을 오를 만큼 충분한 체력과, 15초 이내에 안전벨트를 풀고 잠글 수 있는 순발력을 갖춰야 한다. 폐쇄된 유인 캡슐 안에서 1시간30분을 보내고, 하강 시에는 최대 5.5G에 달하는 중력 가속도를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
또 블루오리진의 우주선 승객으로 선정되면 이륙 4일 전 미국 텍사스 반혼에 있는 발사시설에 도착해 3일간 훈련을 받는다. 비상 상황을 대비해 화재를 진압하고 탈출하는 방법 등을 연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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