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리산 천은사
지리산 노고단 가는 길가에는 아담한 사찰인 천은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천은사는 화엄사, 쌍계사와 함께 지리산 3대 사찰이며 구렁이 전설과 이광사 선생이 쓴 현판 그리고 소나무 숲길과 수변산책로 등 수려한 자연 경관을 자랑하는 사찰입니다.
천은사는 신라 흥덕왕 3년(828년)에 덕운 조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며 창건할 당시 절 이름은 경내에 이슬처럼 맑은 차가운 샘이 있어서 감로사였다고 합니다.
이 샘물을 마시면 흐렸던 정신이 맑아진다고 하여 전국 각지의 많은 스님들이 몰려들어, 한때는 천 명이 넘는 스님들이 지내셨던 사찰입니다. 고려 충렬왕 때는 남방 제일 사찰로 승격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임진왜란 때 불타게 됐으며, 조선 광해군 2년(1610년)에 혜정 선사가 중축했으나 숙종 2년(1773년)에 화재로 다시 전소됐습니다. 그다음 해에 혜안 선사가 복원하는 등 유난히 화마의 괴롭힘을 당하게 되는데 이와 관련된 전설이 전해져오고 있습니다.
혜정 선사에 의해 감로사(천은사의 옛 이름)가 중축될 무렵, 샘가에 큰 구렁이가 자주 나타나 사람들이 무서움에 떨었다고 합니다. 이를 보다 못한 스님 한 분이 그 구렁이를 잡아 죽였는데, 그 이후로 더 이상 샘이 솟아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샘이 숨었다' 하여 사찰 이름을 천은사(泉隱寺)로 바꾸고 가람을 크게 중창했습니다. 그런데 사찰 이름을 바꾼 후, 원인 모를 화재가 자주 발생하는 등 불상사가 끊임없이 일어났고, 마을 사람들은 절의 수기(水氣)를 지켜주던 이무기가 죽은 탓이라며 두려워하였다고 합니다.
때마침 천은사에 들렀다가 이러한 사연을 듣게 된 조선의 4대 명필가 중 한 사람인 원교 이광사(李匡師, 1705~1777)가 마치 물이 흘러 떨어질듯한 필체, 즉, 수체로 '지리산 천은사'라는 글씨를 써 주면서 이 글씨를 현판으로 일주문에 걸면 다시는 화재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 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이광사의 말을 의아해하면서도 그대로 따랐더니 신기하게도 더 이상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말랐던 샘물이 다시 솟았다고 합니다.
▲ 천은사 일주문 현판
일주문을 지나 잠시 걷다 보면 아름다운 누각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 누각은 지리산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무지개가 드리우는 자연경관과 한 폭의 산수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수홍루입니다.
▲ 수홍루
수홍루는 tvN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로 자이 잡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근심과 걱정을 던져 버리고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 tvN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 수홍루
수홍루 위에서 바라보는 천은 저수지의 풍경은 한 폭의 산수화처럼 아름답습니다.
tvN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두 주인공인 김회성(변요한 분)과 고애신(김태리 분)은 수홍루에서 서로를 격려하며 헤어졌습니다. 많은 연인들은 잠시나마 김회성과 고애신이 되어 인증 사진을 찍곤 합니다.
수홍루를 지나 제법 긴 계단을 올라가면 경내로 들어가는 마지막 관문인 사천왕문을 지나게 됩니다. 높은 대 위에 서서 저 아래 발치의 인간세계를 굽어보고 있는 듯 보입니다.
▲ 천왕문
사천왕은 불국토의 동서남북 네 방위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지키는 문지기 수호신입니다. 인도 신화에서부터 존재했던 호법신이었는데, 석가모니 부처의 설법을 듣고 반해서 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이 되기로 맹세했다고 합니다.
천왕문을 지나, 보제루의 오른쪽 허리를 끼고돌아 중심 영역으로 들어갑니다.
▲ 천왕문을 지나면
보제루 현판은 창암 이삼만 선생이 쓴 글씨입니다. 창암 이삼만 선생은 은 추사 김정희, 눌인 조광진과 함께 조선 후기 삼대 명필의 한 사람입니다. 창암 이삼만의 부친은 뱀에 물려서 사망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뱀만 보면 잡아 없앴습니다. 뱀들도 그를 보면 겁을 먹고 기를 못 썼다고 합니다. 전주 인근 지역에서는 음력 정월에 '李三晩' 글씨를 쓴 종이를 집의 기둥에 거꾸로 붙였습니다. 이렇게 하면 뱀이 집안에 얼씬하지 못한다는 풍습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 창암 이삼만 선생이 쓴 보제루 현판
보제루를 돌아 들어서면 천은사의 중심 영역으로 들어서게 되는데 석가탄신일 준비가 한창입니다.
▲ 극락보전 앞 마당에 설치된 연등들
보제루와 극락보전이 마주 보고 선 양 측면에는 설선당과 회승당 두 요사채가 시중을 들 듯 서 있습니다. 중앙 마당을 향해 걸터앉아 있을 수 있는 계단이 있어 잠시 쉬면서 사색에 잠길 수도 있으며, 경내를 살펴보기에도 안성맞춤인 장소입니다.
극락보전은 서방정토인 극락세계를 관장하고 중생들의 왕생극락을 인도하는 아미타부처님과 그 협시보살인 관세음보살님과 대세지보살님을 모신 법당입니다.
▲ 아미타부처님을 모신 극락보전
임진왜란 때 불에 타서 없어진 것을 조선 숙종 4년(1678년)에 중건하고 그 뒤 영조 50년(1774년)에 혜암 선사가 중수하였습니다. 전체적으로 아담하면서도 장엄한 느낌을 줍니다.
극락보전 왼편으로 들어서면 응진당, 팔상전, 관음전 그리고 삼성전이 주불전인 극락보전을 호위하듯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 (우측부터) 응진당, 팔상전, 관음전, 삼성전
관세음보살은 대승불교의 수많은 불 보살 중 중생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그 이름을 정성껏 외우면 자비로 중생의 괴로움을 구제한다는 보살입니다.
▲ 관세음보살님
삼성전을 둘러 보고 밖으로 나서면 천은사의 또 다른 명소를 만날 수 있습니다. 천은사 뒤편 차밭을 잠시 묵언으로 산책하다 보면 세상사에 지쳤던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듯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 천은사 야생차밭
천은사 차밭은 야생차밭으로 구례의 대표적인 죽로야생차 생산지입니다. 차밭을 지나면 구례의 대표적인 산책로인 소나무 숲길에 들어설 수 있습니다. 연둣빛 새순이 돋아난 나뭇가지가 터널을 이루어 봄날의 따가운 햇살을 막아주고 그 나뭇가지는 계곡을 타고 불어오는 바람에 춤을 추듯 흔들거립니다.
▲ 천은사 소나무 숲길 입구 ⓒ 임세웅
코로나19의 계속된 확산으로 지칠 대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에는 계곡의 물소리는 시원하고 바람은 상쾌한 구례 천은사가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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