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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5월 치악산 비로봉에서

 

치악산과 나와의 만남 두번째 이야기

 1986년 1월 27일 ~28일 새벽 텔레비젼 뉴스는 미국의 우주 왕복선 챌린져호가 발사한지 얼마 안돼서 폭발했다고 긴급 뉴스를 전한다. 허나 그것이 나의 산행길을 멈추게 할일은 전혀없다. 그시절의 나는 산에 빠져 정신이 없는 그야말로 산 아니면 죽음을 달라였다.

 

서둘러 마장동 시외 버스터미널로 향한다. 한겨울의 추위를 느끼면서 산행 들머리인 내원골 입구로 접어들었다. 오늘 코스는 이 내원골로 들어가서 치악산 주능선에 올라 정상을 경유 매화산으로 가는 30키로에 달하는 장거리 코스로 잡아 보았다.

 

내원골이 산행 대상지인지 등산로가 제대로 있는지 잘모르겠다. 지도를 보고 그럴듯하여 잡은 코스다. 겨울이니 잡목도 없을 것이고 한번 치고 올라 갈만하다고 생각했다. 인적이 끊긴 계곡을 거슬러 올라간다. 길이 있는지 없는지 감을 못잡겠다.

 

희미한 길 비슷한 흔적을 따라가본다. 겨울철이라 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니 부담은 없었다. 갑자기 얕으막한 고갯길을 올라서니 오른쪽 능선길이 훤하게 뚤려있다. 직감적으로 그 능선길이 주능선으로 치고 올라가는 길임을 알수 있었다.

 

고개 말랑에는 색이 바랜 리본도 하나 보인다. 아하! 이곳에도 등산인들이 다니긴 다녔구나! 약간 안도의 느낌이 든다. 계속 전진하니 리본이 몇개 더 보인다. 저앞 멀리 솟아있는 무명봉이 가까워 질수록 눈이 많아진다.

 

허리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면서 주능선상에 올라섰다. 주능선은 사람들이 좀 다닌듯 러셀 흔적이 희미하다. 북으로 북으로 남대봉을 지나고 비로봉 정상을 향하여 전진한다.

 

향로봉을 지나고 탁트인 능선지대를 지날때는 심한 눈보라가 몰아쳐 손이 끊어질듯 얼어온다. 서둘러 오버미튼을 착용하니 어느정도 진정된다. 고둔치를 지나면 치악산 주능선길은 지독한 오름길의 연속이다. 텐트까지 짊어진 배낭과 둔탁한 동계용 비브람을 신은 나는 점점 지쳐온다.

 

20보 가서 잠간 쉬고 다시 20보 가서 잠간 쉬고 하는식으로 얼마를 갔을까? 드디어 비로봉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늘도 비로봉엔 아무도 없고 바람과 세개의 돌탑만이 나를 맞아준다. 여기서 북동 방향으로 능선을 잡아야 매화산이다. 순간 길을 잘못든것을 감지했다.

 

날도 어두워져서 그냥 내려가서 계곡가에 텐트를치고 하룻밤을 보냈다. 다시 주능선을 향한다.점점 치쳐가는 몸과 마음. 나는 뭣때문에 이런 고생을 하나, 잠시 생각에 젖어본다. 불현듯이 나의 뇌리에 스치는 영감은 산이 좋아서라는 결론이다. 아니 나올수 밖엔 없을것이다. 그렇다. 내가 좋아서 하는것이다. 내가 좋아하지 않으면 절대 할수없는 것이다.

 

매화산을 향하여 길을 잡아본다. 길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순간 실수로 쭉 미끄러진다. 한 7-8미터를 굴러 떨어진다. 여기서 다치면 끝장이다. 요새처럼 핸펀이 있나 도와줄 사람이 있을리도 없고 아찔한 순간이다. 다행이 크게 다친데는 없는것 같다. 정말 다행이다.

 

능선길이 순탄해진다. 갑자기 저앞에서 인기척이 있다. 이 깊은 산중에 왠 사람이 있을까? 그사람은 동네 아저씨였다. 낫을 들고 있었고 고무장화를 신고 있었는데 돼지 잡으러 왔다고 했다. 하여간 사람을 만나 반가웠다.

 

매화산은 아직 저멀리 솟아있다. 갑자기 지겨운 생각과 피곤이 엄습한다. 아까 미끄러질때 충격이 있는듯 몸도 정상이 아니다. 평소 타인에게서 포기가 빠르다는 지적을 받은 경력이 있었던 나는 역시 그것이 허풍이 아닌걸 증명하고 있었다. 나는 산행포기를 결심했다.

 

빨리 내려가려고 왼쪽 길도 없는 곳으로 포인트를 잡아 무작정 내려가기 시작했다. 곧 계곡으로 떨어졌다. 얼음이 깊게 얼은 웅덩이를 지난다. 순간 으지직 하면서 허리까지 쑥 들어간다. 어이쿠! 사람살려! &^%$^^ 간신이 완전히 빠지는 위기를 모면했다. 정말 위기의 순간이었다.

 

 

치악산 산신령님이 나의 나태한 정신상태를 꾸짖는것은 아니었을까? 아니 너무 급하게 내려 가려고 서두룬것이 하마터면 물귀신이 될뻔한 빌미를 제공했던것이 아니었을까? 암튼 서울 가는 차안에서 나는 또다시 다음 치악산행을 또 생각하고 있었다. 정말 못말린 그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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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경으로 추정되는 사진 치악산 향로봉 근처
치악산과 나와의 만남 그 첫번째

1984년 1월 xx일

1월의 매서운 추위가 닦쳐온 새벽의 원주 시내는 쥐죽은 듯이 조용하다.
원주역에서 너댓 시간을 끈기있게 버틴 나는 구룡사행 첫 버스 시간에 맞춰 원주역을 나섰다. 잠시후 텅텅 빈 구룡사행 버스에 올라탔다.

도로에는 눈이 푸짐하게 쌓여있어 버스는 조심조심 운행하는것이 역력하다.
뭣 때문에 나는 엄동설한 한겨울에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원주까지 와서 모두가 잠들어있는 새벽녘에 혼자서 치악산을 오르려는 것일까?

20년이 지난 지금 생각하면 잘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 당시에는 나로서는 당연한 일로 여겨졌다. 오로지 치악산 정상을 오르는 것만을 생각했고 안올라가면 안되는 것으로 생각 되어졌다.

산이 뭔지.....  산은 나에게 무엇인가! 이런 질문의 대답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속시원한 대답은 나오질 않는다.   산은 사람을 부르는 마력이 있는것 같다.

치악산은 온통 눈으로 뒤덮여 백색천지를 이루고 있었다. 서서히 훤해져오는 구룡사앞을 지나 정상 비로봉을 향하여 힘찬 첫걸음을 내딛는다.

정상으로 오르는 이 코스는 사다리병창 코스라고 명명된 아주 험하고 급경사의 오름길이다.  아마 전국에서도 급경사의 오름길로서는 몇 안되는 코스리라. 하도 힘들어 어떤이는 비로봉을 빌어먹을 봉우리 라고 부르는 이도 있었다.

눈이 깊어 속도가 나질 않는다.  콘디션도 별로여서 인지 힘이 많이 든다. 앞서가는 두사람을 따라잡을려고 노력했으나 나의 걸음이 느린가, 아니 앞서가는 사람들이 준족인가보다. 결국 정상에 다다를때 까지 그들을 따라잡을수 없었다.

세시간이 넘는 산행길 끝에 비로봉에 설수 있었다.  정상은 순백색의 멋진 경치가  펼쳐지고 있었다.  고생끝에 낙이라더니 이런것인가 보다. 입석대를 지나 황골까지의 하산길은 비교적 쉬웠다.

겨울 정취를 만끽하며 황골 구멍가게에 도착하여 콜라 한병을 들이키며 다음주에는 어딜갈까 하고 나는 산에 갈 궁리만 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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