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마네미고개-북대사이의 암릉길
지장계곡
북대와 삼형제봉
소나무능선
다음 4구간 9봉능선일대
구봉능선
다라미고개로 이어지는 능선
소나무 능선
소나무능선상의 최고봉
다라미고개
소나무능선에서 다라미고개로 이어지는 능선
내산리 절골도착
동마네미고개-북대사이의 암릉길
지장계곡
북대와 삼형제봉
소나무능선
다음 4구간 9봉능선일대
구봉능선
다라미고개로 이어지는 능선
소나무 능선
소나무능선상의 최고봉
다라미고개
소나무능선에서 다라미고개로 이어지는 능선
내산리 절골도착
출발-뒤로 한탄강이 보인다
전망봉에서 바라본 전곡읍
구정산 제단
구정산 정상을 대신하는 제단과 비
저건너 감악산
임도를 따라서 마차산으로
마차산 정상이 보이기 시작
마차산 정상
정상으로 오르는 모습
마차산 정상
마차산 정상
늦은고개 내려가며 바라본 마차산 정상
마차산 정상
늦은고개
간패고개 직전
1구간 종점 간패고개
건강보조식품 판매가 주목적’ 알고 가야
일간지 한 면을 가득 채운 저가 여행사의 광고를 보면 ‘지리산 벚꽃길 19,000원, 외도 해금강 19,000원, 군산 선유도 15,000원, 덕유산 곤도라 15,000원, 설악산 십이선녀탕 19,000원 등’ 기름값도 되지 않는 파격적인 가격에 당일 나들이를 할 수 있다고 유혹한다. 아무리 단체관광이라지만 서울에서 거리가 얼만데 이런 초특가가 가능하다는 것일까. 게다가 아침·점심·저녁 삼식에 유람선 배삯, 입장료, 봉사료까지 다 포함된 가격이란다. 그러나 귀퉁이에 아주 작은 글씨로 단서가 달려 있다. ‘※테마여행은 쇼핑이 포함됩니다.’ 과연 이 쇼핑은 어느 정도기에 이토록 파격적인 가격이 가능한지, 저가 여행의 실체는 무엇인지 확인키 위해 직접 동행했다.
토요일 아침 7시25분, 잠실역에 닿자 관광버스와 여행객으로 북적인다. 곳곳에서 가이드들이 목적지를 적은 팻말을 들고 예약한 손님을 찾고 있다. ‘지리산 꽃길’을 가려 했으나 정원이 다 차 달리 잡은 곳이 G여행사의 ‘진안 마이산 1만5,000원’ 코스다. 꽃이 좋은 계절이라 모든 여행사의 버스는 손님으로 넘쳐난다. 해당 여행사의 마이산행 버스도 13, 15호차 두 대다. 저가 여행 치고 버스는 양호하다. 45인승에 무릎이 앞자리에 닿을 정도는 아니니 크게 불편할 건 없다.
“원래 그런 것이니 이해해 달라”
50대가 가장 눈에 많이 띄며 남녀 비율은 비슷한 편이다. 가이드가 마이크를 붙잡고 설명을 시작한다. 마이산에 대한 설명이 아닌, 협찬사에 대한 설명이다. 이렇듯 저렴한 가격에 관광이 가능한 것은 협찬사 두 곳의 도움 덕분이라며 중간에 들러 제품 설명을 듣는 자리가 있단다. 승객들은 아무 반응 없이 조용하다. 가이드는 답답했는지 “패키지상품이 원래 그런 것이니 양해해 달라”며 예의를 갖추어 얘기하자 승객들도 “그러자”며 말을 받는다.
버스가 휴게소에 닿자 일회용 접시에 비닐을 씌워 밥과 반찬을 담아 배식한다. 몇몇 아주머니들이 가이드를 도와 배식한다. 싼 여행이니 가벼운 노동은 감수하겠다는 아주머니들의 매너다. 휴게소 밖 벤치에서 일회용 접시밥을 먹는 게 볼품없지만, 장거리 산행시 행동식으로 대충 때우는 끼니에 비하면 사실 맛나다. 찰밥이 쫀득쫀득한 게 몇 가지 없는 반찬이지만 금방 뚝딱이다.
버스 안은 비교적 조용한 편으로 자거나 일행과 얘기를 나누는 등 개인적인 분위기다. 처음 닿은 관광지는 완주의 송광사. 규모가 큰 절은 아니지만 신라 때 세워진 고찰이며 진입로의 벚꽃길이 유명하다. 버스 안에서 가이드의 마이산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이어 마이산에 도착, 예약된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아침 식사에 비하면 식탁에 앉아서 먹을 수 있고 국에 여러 반찬이 있어 나은 편이다. 다만 맛이 없다.
2시간의 관광 시간이 주어진다. 북부 주차장에서 암마이봉과 숫마이봉 사이 안부를 지나 남부 주차장으로 넘어가는 마이산의 가장 일반적인 관광코스다. 3km 정도이며 1시간30분에서 2시간 정도 걸린다. 산행이라기보다 산책에 가까운 관광을 마치자 남부주차장에서 대기하던 버스는 신속히 이동해 금산의 G홍삼 회사에 사람들을 쏟아낸다. 이미 몇 대의 버스가 와 있고 학교처럼 여러 반으로 교육실이 나뉘어져 있다. 입구에는 최불암, 박세리, 황영조 등 스타들이 이곳을 방문해 기념으로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회사 전무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이 진한 충청도 사투리로 제품 홍보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우스갯소리로 굳은 분위기를 풀어 보려 노력하지만, 유머라고 하기에는 식상한 말들이라 웃는 이는 거의 없다. 이어 ‘모 인삼제품’에 대한 소개가 시작된다. “아홉 번 쪄서 말렸다”며 그 효능을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좋다고 강조한다. 나중에는 사람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말을 동원해 효능을 강조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진지하게 경청한다. 싼 가격에 관광을 했다는 일종의 의무감인 게다. 홍보는 제법 오래 이어진다. “미국에 수출한다. 전립선과 혈관, 정력에 좋다. 헬리코박터균 70배가 이 제품이다” 등등 회사 전무의 설득력 없는 말이 계속 이어지자 사람들이 호응하기 시작한다. 거기에 야한 농담을 곁들이자 아주머니들이 박장대소한다.
밀폐된 방에 사람들 몰아넣고 제품구입 강요해
과대광고이기에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답이 빤히 나오지만 주입식으로 계속 듣다 보니 나름 교육의 효과(?)가 있어 설득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값싸게 꽃구경 잘했기에 조금씩 빚진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개인용이 33만 원, 가족용이 60만 원이라는 설명에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다.
이후 40~50대 여직원들이 신청서를 가지고 들어와 사람들 틈에 들어가 구입을 권하기 시작했다. 앞에서는 전무가 목청을 높이고 옆에선 여직원이 사라고 조르고, 창문도 없는 방은 완전히 닫혀 있다. 얼마 후 사장이란 사람이 등장, 다시 설명하며 품질인증을 받은 신뢰성 높은 제품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오전에 157명이 사 갔다”는 말은 납득이 어려웠다. 그렇게 10분 이상이 흘렀지만 아무도 사는 이는 없었다. 실내는 덥고 분위기는 굳어져 갔다. 권하는 직원들의 목소리에도 짜증이 배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장은 “마음이 흡족한 분만 사 가라. 직원들은 인상을 펴고 웃어라. 여러분은 위축되지 마세요. 사장이 여러분을 보호하겠습니다”라는 협박인지 안내인지 모를 말을 해댄다. 그래도 안 사자 “차 제품 3개와 흑삼 사탕 1통을 서비스로 드리겠다”고 사장이 목청을 높였다. 직원들이 준비한 듯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쳤으나 아무도 사지 않았다. “좋다! 차 8개와 사탕 3통을 서비스로 드리겠다!”고 더 목청을 높이자 역시 직원들의 박수와 환성이 들려왔다. 이에 못 이겨 아주머니 한 분이 구입, 1시간20분 만에 여행객들은 교육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제품을 구입한 아주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가슴에 안은 채 말이다.
이런 분위기를 전혀 모르고 교육장에 카메라와 수첩을 들고 들어간 필자에게 직원들은 계속 취재 온 것이 아니냐며 의심했다. 그러고 보니 50대 이상의 여행객들 중에서 카메라와 수첩을 들고 간간이 필기를 하는 30대의 필자는 좀 눈에 띌 만했다. 하여튼 1만5,000원짜리 관광이 순식간에 60만 원짜리 관광으로 변한 아주머니에게 대부분의 승객이 감사하는 분위기였다. 관광객의 말에 따르면 “십몇만 원 정도면 미안해서라도 사 줄 의향이 있었는데, 이건 좀 너무한다 싶더라”며 아쉬움을 토로했고, 다른 이는 “설득력 부족한 논리로 시골 사람들이 도시 사람들에게 어설프게 제품을 팔려고 하니, 그게 되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이후 녹용 협찬사 방문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돌연 취소되어 승객들은 밤 10시쯤 서울에 닿았다. 15호차를 탄 일행은 협찬사 두 군데를 다 들러 밤 12시가 가까워서야 서울에 왔다.
치밀한 시나리오로 50대 이상 중장년 주머니 노려
마이산 봄꽃 관광에 이은 두 번째로 M여행사의 여름 바캉스 특선상품, 군산 선유도 유람선 투어 1만5,000원 코스다. 서울에서 군산행 버스 편도만 1만4,000원에 선유도 배삯 1만4,000원 정도이니 식대를 뺀 이동에 소요되는 비용만 해도 4만2,000원이다. 여름 휴가철에는 어떻게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동행했다.
휴가철이어서 그런지 버스 안은 젊은 20~30대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가장 많은 건 50~60대였다. M여행사의 버스는 둘러치는 것 없이 바로 협찬사로 향했다. 예산 덕숭산 인근의 D농장이란 곳이었다. 흑삼회사와 마찬가지로 버스가 주차할 수 있는 넓은 주차장에 공장 건물은 패널로 세운 형태였다. 먼저 중탕기 수십 개가 설비되어 있는 시설로 사람들을 이끌어 보여준다. 옹기로 되어 있어 달이는 효과가 더 뛰어나다는 설명을 곁들인다. 역시 전과 같이 여러 개의 반이 나뉘어져 있다. 삼형제가 회사를 운영하는데 자신은 막내라며 소개한 뒤 제품에 대해 설명한다. 약초를 먹여 키운 사슴의 녹용에 온갖 약초를 첨가한 녹용 엑기스라는 게 설명의 골자다. 더불어 직접 키운 국내산 사슴뿔에, 국내산 약초에, 300m 천연암반수를 사용해 D한약방 원장님이 직접 달여 준다고 설명한다. 또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위해 인터넷 홈페이지에 실시간 중계 카메라를 설치해 중탕실을 보여준다고 한다.
이후 큰형이라는 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아 제품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들의 말은 상식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오밀조밀하게 설명을 이어갔고, 많은 이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흑삼에 비해 상당히 설득력 있고 치밀한 시나리오로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씩 파고들었다. 사슴 고기를 서비스로 준다며 가지고 나왔고(비린내와 질긴 육질 때문에 많이 먹는 이는 없었다), 형제가 운영한다며 안심시켰고, 뿔 난 사슴은 보이지도 않는 농장 사진을 걸어두었고, 녹용을 직접 잘라 넣는 시연을 보이며 사람들을 현혹했다. 강의가 끝날 쯤에는 역시 흑삼과 마찬가지로 “오늘에 한해서만 서비스로 이러이러한 것을 더 준다”고 사장이 소리치자 직원들이 환호하며 분위기를 띄우는 전형적인 판매방식이었다. ‘시나리오’라고 이들의 판매방식을 얘기한 까닭은 곳곳에 의문점이 많기 때문이다.
2008년 7월 서울 경찰청 외사과는 녹용 판매업자 박모(45)씨를 구속했다. 약재용으로 수입한 뉴질랜드산 녹용 수십억 원 어치를 국내산으로 속여 판매한 혐의(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로 구속했다. 박씨 등 일당은 뉴질랜드산 녹용 5.62t(수입가 3억6,000여만 원)을 약재용으로 수입해 경기도 파주에 있는 자신의 사슴농장에서 원산지 표시를 없애고 달여 녹용액을 만들거나 잘게 잘라 1만5000명분을 재포장해 판매, 49억5,000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박씨는 농장에 녹용의 효능을 교육하는 강의실과 상품을 거래하는 판매장, 녹용을 달이는 증탕기와 약물을 포장하는 기계가 비치된 제조장을 차려 놓고 일일 저가 관광에 나선 노인과 부녀자들을 상대로 영업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녹용 10냥(375g)에 33만 원씩을 받아 폭리를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도매가로 국내산 녹용은 10냥에 7만∼8만 원, 뉴질랜드산은 2만4,000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제대로 된 여행하려면 제 값 줘야
이곳 사장이 밝힌 가격은 59만 원. 만만한 가격이 아니었지만 현란한 홍보에 넘어간 이들은 5명이 넘었다. 이들의 판매방식은 이미 구속된 이들과 흡사한 점이 상당히 많다. 이렇듯 대량으로 녹용을 판매하려면 대형 사슴농장이 있어야 하지만 수사슴 4마리만으로 운영하고 모두 수입산 녹용에 의존했다.
D농장에서 농장 사진이라며 홈페이지에 제시한 사진에도 암사슴은 여럿 보이는 반면 뿔난 수사슴은 단 한 마리뿐이었다. D한약방이라 꾸며놓은 슬레이트 건물도 손님이 드나드는 한약방이라 보기에는 유치할 정도의 건물이다. 제품 판매과정에서 여행 가이드 역시 직원들과 섞여 제품 판매에 열을 올리는데 이는 여행객이 제품을 구매해야 여행 경비를 비롯한 이윤을 남기기 때문이다. 결국 관광사와 협력사가 한통속인 게다.
녹용판매장을 나와 간 곳은 천마판매장이었다. 흉흉해 보이는 외지고 낡은 건물을 임시로 대여해 예산땅에 ‘00지리산조합’이라 현수막을 걸어놓고 천마 액기스 제품 설명에 열을 올렸다. 입구에는 실제 00 농협의 제품이 진열되어 있으나 이들은 천마 액기스만 판매했다. 천마에 대한 설명이 논리에 맞지 않는 것이 있어 노인 한 명이 따지고 들자 적당히 얼버무리고 제품 홍보에만 목청을 높였다. 그리곤 30만 원짜리를 껌 사듯 무조건 사라고 옆에 붙어 조르는 것이 자리를 뜰 수도 없고, 사람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이렇듯 억지스런 제품 판매를 하고 있지만 보통 한 차에 적게는 2~3명, 많으면 10명 이상이 살 때도 있다고 한다. 혹해서 사는 이들도 많지만 계속 권하니 싸게 온 것이 미안해서 사는 이들도 많았다. 특히 연세 지긋한 노신사들이나 집에서 살림만 해온 50대 이상의 주부들이 많이 구매했다. 서민들의 없는 주머니를 아주 교묘한 방식으로 노리는 것이다.
이들 저가 여행사는 일주일 단위로 중앙 일간지에 전면광고를 내고 하루에도 수십 대의 버스를 운행할 정도로 규모가 크고 자금력이 막강하다. 광고에 협력사 상호와 ‘테마여행은 쇼핑이 포함된다’는 문구가 있지만 귀퉁이에 작게 적혀 있어 신경 써서 살피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창문이 없는 밀실에 사람들을 앉혀 두고 제품을 사는 사람이 나올 때까지 강권하는 분위기나 과장된 표현으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더 확실히 짚어야 할 부분은 수입산을 국내산으로 속이고 함유량을 속여 원가의 수십 배를 뻥튀기 하는 것은 아닌지 정확히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법망을 재정비해 여행업계의 이런 싸구려 강매관광은 뿌리를 뽑아야 한다. 모처럼 기분 전환을 위해 간 여행이 후일 불쾌한 추억으로 남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마지막으로 여행객 자신들도 변해야 한다. 교통비도 안 되는 가격의 관광에 아무 의구심 없이 참가하는 이들도 문제가 있다. 제대로 된 여행을 하려면 제 값을 줘야 한다. 산을 오를 때는 가식 없는 정직한 걸음과 땀방울로 오르듯는 것 처럼.
/ 글 사진 신준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