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른 초지에서 가축들이 자유롭게 풀을 뜯고, 계절마다 호밀과 해바라기, 코스모스가 번갈아 펼쳐지는 곳. 경기도 안성의 대표 관광지인 농협 안성팜랜드는 대지 약 129만㎡(39만평) 규모의 축산업 체험 테마파크다.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야외공간으로 이미 유명해진 이곳은 유럽의 도움으로 시작된 우리나라의 낙농업 역사와 맥을 함께 하는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하다.
◇ "아이들에게 우유 충분히 먹이고 싶다"…박정희의 꿈이 담긴 공간
최근 안성팜랜드에는 독일인 후손인 푸른 눈의 20대 여성이 찾아왔다. 안성팜랜드 전신인 '한독낙농시범목장'(이하 한독목장)이 들어선 1960년대 낙농 기술 지원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독일인 기술자의 손녀였다.
할아버지의 큰 자부심이었던 한독목장의 모습을 직접 확인하고, 말로만 전해 듣던 한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궁금해 방문했다는 사연이다.
안성팜랜드와 독일의 인연은 이처럼 벌써 3세대를 거슬러 올라간다.
1969년 국내 최초의 현대식 낙농 목장으로 처음 문을 연 한독목장은 독일 정부의 차관과 독일 기술자들의 지원을 바탕으로 세워졌다.
앞서 1964년 당시 대통령 박정희가 파독 광부·간호사 격려차 독일연방공화국(서독)을 방문한 일이 계기가 됐다.
박정희는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가난했던 우리나라를 농촌에서부터 부흥시키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우유를 충분히 먹이고 싶다는 뜻을 품었다고 한다.
이에 독일 정부가 화답, 수의사와 목장 관리자 등 4명의 전문 기술자를 파견해주고 목장 관리에 필요한 트랙터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우유 생산을 목적으로 사육되는 주요 젖소 품종인 '홀스타인종'도 당시 독일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캐나다에서 수입됐다.
한독낙농시범목장 개장 당시 건립된 기념비
이렇게 세운 한독목장은 독일의 선진 낙농 기술을 이전받아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 농가에 낙농 기술을 본격적으로 보급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농협에서 직접 운영한다.
이후로도 한독목장은 1980년대 축종별 시범목장, 1990년대 우량 한우 번식우 공급목장, 2000년대 들어 유기축산 시범목장 등 시대적·산업적 요구에 발맞춰 변화하며 국내 축산업 발전에 선도적 역할을 이어왔다.
◇ '보고 즐기는 축산업'…온가족 즐기는 테마파크로 변신
시대가 변하면서 축산업의 성장세가 주춤해지자 한독목장도 새로운 발전 모델에 대한 고심이 깊어졌다.
그간 축산업 성장의 산실 역할을 해오던 한독목장은 국민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 직접 보고 즐길 수 있는 체험공간으로 모습을 바꿨다.
2009년 시범 승마센터 구축을 시작으로 2012년 4월 관광·체험을 접목한 체험형 테마파크 '안성팜랜드'가 문을 열었다.
목장 전체 부지의 절반을 테마파크로 꾸며 일반에 공개하고, 방문객들이 축산업을 친근하게 느끼도록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즐길 거리는 동물별로 구분된 체험 목장이다.
면양마을과 토끼마을 등 일부 체험장은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동물들과 한 공간에서 뛰어놀 수 있도록 돼 있다.
우리나라 대표 소품종인 황소·흑소·칡소를 비롯해 다양한 외국 소를 가까이서 보며 비교해볼 수도 있다.
오리, 돼지, 면양, 말 등 가축들이 행진하는 실외 공연 프로그램인 가축 한마당, 가축별로 훈련된 장기를 보여주는 가축 놀이 자랑 등도 안성팜랜드만의 자랑거리다.
애견인이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해 새로 문을 연 애견파크 '파라다이스독'도 인기다.
안성팜랜드에서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드넓은 목초지는 이른바 '인증샷' 성지로 불린다.
봄에는 호밀과 유채, 여름에는 해바라기, 가을에는 코스모스와 핑크뮬리가 동산을 이뤄 마치 외국에 온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파크에는 다양한 식음료 시설도 갖춰져 있는데,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안성팜랜드 유기농 아이스크림이 특히 유명하다.
안성팜랜드 유기농 아이스크림
인근 농가에서 안성팜랜드의 유기농 목초로 젖소를 기른 뒤 그 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으로, 진한 맛으로 입소문을 타 '안성팜랜드에 가면 꼭 먹어야 하는 음식'으로 손꼽힌다.
이 밖에도 가족 단위 고객들이 즐기는 어린이 놀이터와 키즈카페, 다양한 놀이기구들이 갖춰져 있다.
◇ 코로나 이후 더욱 주목받는 '언택트 관광지'
안성 팜랜드는 2016년 유료 입장객 100만 명을 돌파한 이후 2019년에는 연간 입장객 60만 명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방문객이 제일 많이 몰리는 시기는 코스모스와 핑크뮬리가 동산을 뒤덮는 매해 10월이다.
2020년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하면서 성장세가 주춤했지만, 최근에는 코로나 시대 '언택트 관광지'로 주목받으면서 되레 방문객이 반등하는 분위기다.
가을 들어 코스모스가 가득 핀 안성팜랜드 풍경
자녀들과 함께 안성팜랜드를 방문한 김 모(36·여) 씨는 "사람들로 붐비는 실내 공간을 가기가 꺼려지다 보니 이곳처럼 개방된 자연 공간을 찾게 된다"며 "코로나19로 해외여행도 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국적인 분위기도 느낄 수 있어서 더욱 좋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이전 인기를 끌던 피자 만들기·치즈 오감 체험 등 실내 체험수업은 전면 중단된 상태여서 아쉬워하는 방문객도 많다.
안성팜랜드 관계자는 "안성팜랜드는 원래 목장이기 때문에 코로나19 이전에도 늘 손소독제가 곳곳에 비치돼 있을 정도로 방역 노력이 일상화하던 곳"이라며 "앞으로도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안전한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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